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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건강

된장 맛의 비밀은 '세균'이 아니라 '효모'였다?(발효식품! 제대로 알기)

by 뱁새 스탭 2026. 2. 2.

안녕하세요, 미식의 과학을 연구하는 인무정입니다. 오늘은 바로 한국인의 대표 음식인 된장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냄새, 갓 띄운 청국장의 구수한 향기. 한국인에게 '콩 발효 식품'은 영혼을 달래는 소울 푸드이자, 밥상의 기본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 구수한 맛과 건강의 비결이 볏짚에 사는 '바실러스 균(고초균)' 덕분이라고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다민 정(Damin Jung)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은 한국 전통 장맛의 비밀을 푸는 새로운 열쇠를 제시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세균이 아닌, '효모'였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메주와 된장 속에 숨어있던 '데바리오미세스 한세니(Debaryomyces hansenii)'라는 특별한 효모가 어떻게 한국의 장 문화를 세계적인 미식의 경지로 끌어올렸는지, 그 과학적 비밀과 된장에 대해 역사부터 과학까지 제대로 알아보자고요.


1. 한국의 콩 발효: 메주에서 시작된 천 년의 역사

논문의 핵심인 균주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그 서식지인 한국의 콩 발효 식품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① 삼국시대부터 이어진 '장(醬)'의 역사

한국의 콩 발효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의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고구려 사람들은 장 담그는 솜씨가 훌륭하다(善藏釀)"라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콩(대두)의 원산지인 만주와 한반도에서 콩을 삶아 메주를 띄우고, 이를 소금물에 발효시키는 기술은 우리 민족 고유의 생존 전략이자 미식의 시작이었습니다.

② 한국산 콩 발효 식품의 종류

이번 논문에서 연구 대상이 된 균주들은 바로 이곳에서 분리되었습니다.

  • 메주(Meju): 콩을 삶아 으깨어 덩어리로 만든 뒤 곰팡이와 세균, 효모가 자연 착생하게 만든 발효의 씨앗입니다.
  • 된장(Doenjang):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발효시킨 뒤 건더기를 걸러내 숙성시킨 것입니다.
  • 간장(Ganjang): 메주를 우려낸 검은 소금물로, 깊은 감칠맛의 정수입니다.
  • 청국장/고추장: 단기 발효 혹은 곡물과 혼합 발효한 형태입니다.

이 모든 식품의 공통점은 '고염(High Salt)'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미생물은 소금물에서 죽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 척박한 환경을 견디는 미생물만을 길러내어 '장맛'을 완성했습니다.


전통 방식으로 된장을 담구는 모습

2. 발효식품의 숨은 주인공, '데바리오미세스 한 세니'

기존의 연구들이 콩 단백질을 분해하는 '바실러스 세균'에 집중했다면, 이번 연구팀은 끈질기게 살아남은 '효모'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산 메주와 된장에서 '데바리오미세스 한 세니(D. hansenii)' 복합 균주를 분리해 유전체를 분석했습니다.

왜 이 효모가 특별한가?

  1. 극한의 생존력 (내염성): 이 효모는 바다나 염전에서 발견될 정도로 소금에 강합니다. 연구 결과, 한국의 짠 된장 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발효를 주도하는 핵심 엔진임이 밝혀졌습니다.
  2. 독소 분해 능력: 발효 과정에서 잘못하면 '바이오제닉 아민' 같은 유해 물질이 생길 수 있는데, 이 효모는 유전적으로 이러한 독소를 생성하지 않거나 분해하는 안전성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3. 향기 프로필(Aroma Profile): '꼬릿함'을 '향긋함'으로

우리가 흔히 "장맛이 깊다"라고 할 때, 그 깊은 맛은 어디서 올까요? 논문은 이 효모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향기 프로필'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 기존의 상식: 바실러스 균은 주로 '메주 냄새'라 불리는 쿰쿰하고 꼬릿 한 냄새(암모니아, 지방산)를 만듭니다.
  • 논문의 발견: 반면, D. hansenii 효모는 발효 과정에서 과일 향(Ester), 꽃향기, 치즈 향, 고소한 향을 생성합니다.

즉, 우리가 맛있는 된장에서 느끼는 은은한 단맛과 향긋한 풍미는 바로 이 효모가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이 효모가 풍부하게 작용할수록 된장의 불쾌한 냄새는 줄어들고, 고급스러운 풍미가 살아나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의 장이 단순한 '짠맛'을 넘어 세계적인 소스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됩니다.


4. 새로운 프로바이오틱스: 장 건강을 지키는 '효모 유산균'

이번 연구의 하이라이트는 이 콩 발효 효모의 '프로바이오틱(Probiotic)' 잠재력입니다. 우리는 보통 요구르트(유산균)만 장에 좋다고 생각하지만, 된장 속 효모도 강력한 유익균이었습니다.

① 위산과 담즙을 이기는 힘

유산균은 위산에 약해 살아서 장까지 가기 힘듭니다. 하지만 D. hansenii 효모는 본래 거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위산과 담즙산에 대한 저항성이 매우 뛰어났습니다.

② 장 점착 능력

논문 실험 결과, 이 효모는 인간의 장 상피 세포에 달라붙는 접착 능력이 우수했습니다. 장에 정착하여 나쁜 병원균을 밀어내고, 면역 시스템을 자극하는 진정한 프로바이오틱스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5. [활용 가이드] 발효 콩, 이제 '과학'으로 섭취하라

논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가 발효 콩 식품을 어떻게 더 똑똑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 제안합니다.

1. '생(Raw)'으로 먹는 습관 들이기

논문에서 밝혀진 D. hansenii 효모의 프로바이오틱 효과를 보려면, 균이 살아있어야 합니다.

  • 활용: 된장찌개를 끓일 때, 처음부터 된장을 넣고 팔팔 끓이면 효모가 다 죽습니다. 요리 마지막에 불을 끄고 된장을 풀거나, 쌈장이나 나물 무침처럼 가열하지 않고 생으로 섭취하는 것이 이 귀한 효모를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2. '저염 된장'보다는 '전통 된장'

이 효모는 내염성, 즉 짠 환경에서 우점화는 균입니다. 너무 싱거운 개량 된장보다는, 전통 방식으로 발효시켜 충분한 숙성 기간을 거친 된장에 이 유익한 효모가 더 풍부하게 살아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3. 미래의 '비건 치즈' 스타터

논문에서 이 효모가 '치즈 향'을 낸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 전망: 앞으로 이 균주를 활용하면, 우유 없이 콩만으로도 깊은 치즈 풍미를 내는 '한국형 비건 치즈''프리미엄 식물성 요구르트'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콩 비린내는 잡고 풍미는 올리는 마법의 가루가 될 것입니다.

6. 마치며: 한국의 발효식품! K-푸드 열풍과 함께 세계로!

다민 정 연구팀의 논문은 우리에게 익숙한 된장독 속에, 아직 우리가 모르는 무궁무진한 미생물의 우주가 담겨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의 발효 콩 식품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닙니다. 그것은 데바리오미세스 한세니와 같은 유익한 효모들이 빚어낸 '천연 향기 캡슐'이자, 장까지 살아서 가는 강력한 '슈퍼 프로바이오틱스'입니다.

오늘 저녁 식탁에 오른 된장찌개와 쌈장. 그 속에 수천 년을 이어온 한국의 미생물 과학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감사히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가장 한국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이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한국의 장맛은 세균이 그리고, 효모가 색칠하여 완성한 예술입니다." 


[참고 문헌]

  • Genomic Features, Aroma Profiles, and Probiotic Potential of Debaryomyces hansenii Complex Strains Isolated from Korean Fermented Soybean Food, Damin Jung, Sujin Yu, Minseung Jeon, Byeonghie Cheon, Cheol-Ok Jeon, Sung-Il Eyun, Seoryeong Jin, Hyunah Kang et al., 2021. (Published: 26 October 2021)
  • 본 포스팅은 해당 논문의 학술적 발견을 바탕으로, 한국 전통 발효 식품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재해석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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