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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정보

냉장고 속에서 썩어가는 내 돈, 얼마나 될까? :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소비 심리학과 3가지 실전 꿀팁

by 뱁새 스탭 2026. 1. 23.

토요일 아침, 야심 차게 냉장고 청소를 시작합니다. 구석에 처박혀 짓무른 상추,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나는 검은 봉지 속의 정체불명 식재료들. 결국 쓰레기봉투만 두둑해집니다.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묶으며 우리는 죄책감을 느낍니다. "다음엔 먹을 만큼만 사야지"라고 다짐하지만, 마트에 가면 또 1+1 행사에 눈이 돌아가 카트를 가득 채우고 맙니다. 도대체 이런 악순환은 왜 반복이 될까요?

파울라 카리나 살루메(Paula Karina Salume) 연구팀이 발표한 <식품 폐기물과 소비자 행동> 연구는 이 현상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소비자의 '행동 심리'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오늘은 이 연구를 통해 우리가 음식을 버리게 되는 진짜 이유를 파헤치고, 식비도 아끼고 지구도 지키는 똑똑한 냉장고 관리법을 소개합니다.

1. 우리는 왜 음식을 버리는가? (연구가 밝힌 진실)

이 논문은 수많은 관련 연구들을 종합 분석(문헌 계량)하여, 식품 폐기물의 가장 큰 원인이 '가정 내 소비자 행동'에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연구진이 지적한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과잉 구매(Over-purchasing): "언젠가 먹겠지", "대용량이 싸니까"라는 심리로 필요 이상의 식재료를 구매합니다. 특히 할인 행사는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킵니다. 저 역시도 매번 다짐하면서도 1+1 행사는 못 참습니다.
  • 계획 부족(Lack of planning): 식단 계획 없이 장을 보면, 기존에 냉장고에 무엇이 있는지 잊어버리고 중복 구매를 하게 됩니다. 특히 배가 고플 때 마트에 방문하면 더 정신없이 구입하는 것 같습니다.
  • 날짜에 대한 오해(Confusion over dates): '유통기한(판매 가능일)'이 지났다고 해서 음식이 상한 것은 아닌데, 불안감 때문에 멀쩡한 음식을 버리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 조리 과잉(Over-preparing): 가족이 먹을 양보다 훨씬 많이 요리하고, 남은 음식을 보관했다가 결국 버리는 패턴입니다.

즉, 음식물 쓰레기는 요리를 못해서가 아니라 '쇼핑 습관''관리 습관'에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2. 버려지는 음식 = 불타버린 지갑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 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바로 '돈'입니다.

환경부 통계나 여러 경제 지표를 보면, 4인 가족이 한 해 동안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 비용은 수십만 원에 달합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10만 원어치 장을 보고, 그중 2만 원어치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셈입니다. 게다가 버릴 때도 종량제 봉투 비용이나 처리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음식을 버리는 것은 이중과세(Double Tax)입니다. 살 때 돈을 내고, 버릴 때 또 돈을 내는 셈이죠. 이 '새는 돈'만 막아도 1년 치 OTT 구독료나 아이들 학원비 일부를 충당할 수 있습니다.

냉장고 안 정리 모습

3. 연구 기반 실전 솔루션: 우리 집 냉장고 심폐소생술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을 바꿔야 할까요? 논문에서 시사하는 바를 우리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3가지 방법으로 정리했습니다.

① '유통기한' 말고 '소비기한'을 믿으세요

연구에서 지적한 가장 큰 낭비 요인 중 하나가 날짜 라벨에 대한 혼란입니다.

  • 유통기한(Sell-by Date): 마트에서 소비자에게 팔 수 있는 법적 기한입니다. 음식이 상하는 시점이 아닙니다.
  • 소비기한(Use-by Date): 보관만 잘했다면 실제로 섭취해도 안전한 기한입니다.
  • 팁: 두부는 유통기한이 지나도 90일, 우유는 45일, 식빵은 20일까지 섭취가 가능하다는 식약처 자료가 있습니다. 냄새나 색깔에 이상이 없다면, 날짜가 조금 지났다고 무조건 버리지 마세요. (단, 보관 상태가 중요합니다!)

② 선입선출(FIFO) 시스템 도입하기

편의점 알바를 해보셨다면 아실 겁니다. First In, First Out (먼저 들어온 것이 먼저 나간다).

  • 냉장고 지도 그리기: 냉장고 문에 화이트보드를 붙여두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 적어두세요.
  • 위치 지정: 빨리 먹어야 하는 식재료(두부, 콩나물 등)는 눈높이에 맞는 '골든존(가장 잘 보이는 칸)'에 두세요. 검은 봉지는 절대 금물! 내용물이 보이도록 투명 용기에 담아 보관해야 잊히지 않습니다.

③ '장보기'가 아니라 '냉장고 파먹기'부터

논문은 '충동구매'를 경계합니다. 장을 보러 가기 전, 반드시 냉장고를 먼저 열어보세요.

  • 쇼핑 리스트 작성: 필요한 것만 적어서 가고, 리스트에 없는 것은 절대 카트에 담지 않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 배고플 때 장보지 않기: 배가 고픈 상태에서 마트에 가면 심리적으로 더 많은 음식을(특히 고칼로리나 즉석식품) 구매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유명합니다.

4. 미래의 트렌드: 못난이 농산물과 제로 웨이스트

이 논문은 향후 연구 방향으로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강조합니다. 최근 트렌드인 '못난이 농산물(Ugly Food)' 구매 운동이 그 예입니다.

모양은 조금 찌그러졌어도 맛과 영양은 똑같은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은, 농가의 폐기물을 줄이고 소비자는 식비를 아끼는 '윈-윈(Win-Win)' 전략입니다. 또한, 식재료의 껍질까지 육수로 활용하는 '제로 웨이스트 쿠킹'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미식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5. 마치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파울라 카리나 살루메 등의 연구진이 분석한 대로, 음식물 쓰레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문제입니다.

오늘부터 당장 음식물 쓰레기를 '0'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장을 보기 전 냉장고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유통기한 지난 우유 냄새를 한 번 맡아보고 결정하는 작은 행동의 변화가 시작입니다.

그 작은 변화가 쌓여 연말에는 두둑해진 지갑과, 조금 더 깨끗해진 지구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 문헌: Salume, P.K., Barbosa, M.W., & Pinto, M.R. "Food Waste and Consumer Behavior: A Bibliometric and Review Study and Future Research Directions." (본 글은 해당 연구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