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정보

지긋지긋한 창틀 실리콘 곰팡이, '휴지 한 장'으로 뿌리까지 뽑은 후기 (힘쓰지 마세요)

by 뱁새 스탭 2026. 1. 6.

저희 집은 지은 지 좀 오래된 아파트라 겨울만 되면 베란다 창문에 결로가 줄줄 흐릅니다. 물기를 제때 안 닦아주면 어김없이 창틀 실리콘에 새까만 곰팡이 점들이 박히죠.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락스를 뿌리고 칫솔로 박박 문질렀습니다. 팔이 떨어져라 문지르니 겉은 좀 하얘지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정확히 3일 뒤, 곰팡이는 비웃기라도 하듯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알고 보니 곰팡이는 '지우는 게' 아니라 '죽여야' 하는 거였습니다. 수많은 실패 끝에 터득한, 손 하나 안 대고 곰팡이 균을 100% 녹여버리는 '방치형 청소법'을 공유합니다.


1. 왜 솔질을 해도 다시 생길까? (원리 이해)

청소하기 전에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입니다. 왜 칫솔로 문질러도 곰팡이는 사라지지 않을까요?

실리콘에 핀 곰팡이는 표면에만 있는 게 아니라, 실리콘 깊숙한 곳까지 '뿌리(균사)'를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솔로 문지르는 건 곰팡이의 머리 부분만 잘라내는 꼴이죠. 뿌리가 살아있으니 금방 다시 자라나는 겁니다.

그래서 물리적인 힘(솔질)이 아니라, 강력한 화학 작용(락스)과 침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스크와 락스로 작업을 위해 준비하는 모습

2. 준비 작업: 실패하지 않는 디테일 3가지

그냥 락스만 붓는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필수입니다.

(1) 물기 제거 (가장 중요!)

많은 분이 실수하는 부분입니다. 곰팡이가 있는 곳에 물기가 남아있으면, 락스 원액이 물에 희석되어 농도가 옅어집니다.

  • 행동: 마른걸레나 키친타월로 창틀의 물기를 바싹 닦아주세요. 뽀송뽀송한 상태여야 락스가 침투를 잘합니다.

(2) 환기 및 마스크 착용

락스 냄새(염소 가스)는 호흡기에 좋지 않습니다.

  • 행동: 작업 시작 전 베란다 창문과 현관문을 활짝 열어 맞통풍을 시켜주세요. KF94 마스크와 고무장갑 착용은 필수입니다.

(3) 버려도 되는 옷 입기

작업하다가 락스 한 방울이라도 옷에 튀면 그 부분만 하얗게 탈색되어 옷을 버리게 됩니다.

  • 행동: 집에서 입는 가장 낡은 옷, 혹은 검은색이 아닌 흰색 옷을 입고 작업하세요.

⚠️ 주의사항: 락스 냄새가 독하니 환기는 필수입니다. 저는 마스크 끼고 작업하고, 바로 베란다 문을 닫고 도망(?) 나왔습니다.


3. 실전: '휴지 팩'으로 시간 벌기

이제 본격적으로 곰팡이를 죽일 차례입니다. 핵심은 락스가 흘러내리지 않고 곰팡이와 **'진득하게 뽀뽀'**하고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1. 휴지 말기: 키친타월이나 두루마리 휴지를 곰팡이 핀 부위 길이에 맞춰 뜯은 뒤, 밧줄처럼 돌돌 말아줍니다.
  2. 덮기: 곰팡이가 핀 실리콘 위에 휴지를 꼼꼼하게 덮습니다. 빈틈이 없어야 합니다.
  3. 적시기: 그 위에 락스를 붓습니다. 분무기로 뿌리면 공기 중에 날리니, 입구가 뾰족한 소스 통에 락스를 담아 뿌리거나 종이컵을 구겨서 조심스럽게 부어주세요.
  4. 확인: 휴지가 락스를 머금어 투명하고 흐물흐물해져서, 실리콘에 '착!' 달라붙을 때까지 충분히 적셔야 합니다.

4. 기다림의 미학: 최소 4시간의 법칙

이제 여러분이 할 일은 끝났습니다. 문지르지 마세요. 그냥 방치하세요. 락스 성분이 실리콘 깊숙이 파고들어 곰팡이 뿌리를 녹일 시간이 필요합니다.

  • 가벼운 곰팡이: 1~2시간이면 사라집니다.
  • 뿌리 깊은 곰팡이: 저는 보통 **자기 전에 붙여두고 다음 날 아침(약 8시간 뒤)**에 확인합니다. 오래 둘수록 확실합니다.

5. 결과 확인 및 사후 관리 (재발 방지)

다음 날 아침,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굳어있는 휴지를 집게로 걷어내 봅니다.

(1) 드라마틱한 결과

"와..."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그토록 안 지워지던 새까만 점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누렇던 실리콘이 새로 시공한 것처럼 하얗게 변해있거든요. 남은 락스 성분은 물티슈로 여러 번 닦아내거나 물을 뿌려 씻어냅니다.

(2) 다시 안 생기게 하려면?

깨끗해진 상태를 유지하려면 '습기'를 잡아야 합니다.

  • 스퀴지 사용: 겨울철 결로가 생기면 아침마다 '유리창 닦이(스퀴지)'로 물기를 긁어내 주세요.
  • 환기: 하루 10분이라도 창문을 열어 습기를 날려야 곰팡이가 다시 뿌리내리지 못합니다.

마치며: 곰팡이는 힘이 아니라 '화학'입니다

팔 아프게 솔질하지 마세요. 비싼 곰팡이 제거제 살 필요도 없습니다. 집 앞 마트에서 파는 2천 원짜리 락스휴지 한 장, 그리고 기다릴 줄 아는 여유만 있으면 됩니다.

오늘 밤, 눈에 가시 같던 창틀 곰팡이 위에 '휴지 팩' 하나 붙여두고 주무시는 건 어떨까요? 내일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